[나은혜 칼럼] 어머니가 화장한 이유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지난 토요일 오후 우리 가족은 외출준비를 했다. 오후 5시에 가족사진을 촬영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 저곳에서 일을 보던 가족들이 사진관으로 모여 올 것이다. 나도 스튜디오로 나갈 준비를 하였다.

나도 준비 하지만 동시에 어머니를 챙겨 드려야 했다. 나는 어머니께 세수를 하고 오시라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 얼굴에 화장품을 발라 드리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쓰는 화장품으로 해 드리는 것이다.

하지만 나 역시 화장을 하는 편은 아니어서 화장품이래야 기초 화장품외에 썬크림과 BB크림 정도를 가지고 있으니 그것을 어머니께 발라 드리는 것이다. BB크림을 바르고 진달래색 루우즈를 발라드렸다.

그런데 어머니는 몹씨 어색 하신가 보았다. 자꾸 입술을 빨으셔서 곧 루우즈가 없어졌다. 나는 다시 발라 드리면서 주의를 드렸다. 사진을 찍으러 갈 것이기 때문에 좀 화사하게 나오도록 입술을 그대로 유지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어머니가 그리 어색해 하시는 것도 이해가 간다. 어머니는 벌써 언제부터 화장을 안하셨는지 모른다. 오랫동안 화장을 안 하셔서 꽤 쑥스러우셨을 것이다. 그런데 화장을 해 드리며 어머니 얼굴을 만져보니 어머니 피부가 고우신 것이 느껴졌다.

어머니는 내 후년이 90세 이신데 많은 분들이 말하기를 어머니가 젊어 보인다고 한다. 어머니는 나이 드시면서 살이 빠져 오히려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셔서 젊어 보이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오늘은 4대가 모여서 역사적인 가족사진을 찍는 날이니 우리는 최대한 단장을 해야 한다.

그러니까 수년전 부터 나는 찍어보고 싶은 가족사진 모델이 있었다. 그것은 가족 모두가 청바지를 입고 흰셔츠를 입은 케주얼한 복장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간혹 어느 집에 가서 그런 가족 사진이 걸려 있는 것을 보면 몹시 부러워 지곤 했었다.

그런데 두 주 전인지… 페이스북에 광고가 떴다. 대구에 있는 J 스튜디오가 무료 가족사진 찍어주기 이벤트를 열고 8월 말까지 50가정을 초대한다는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신청하고 있어서 당첨될 지 모르지만 나도 잽싸게 신청을 하였다.

그리고 이틀후에 우리 가정도 당첨이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가족사진 촬영날짜를 잡았다. 스튜디오에서는 케쥬얼 복장은 무료로 대여해 준다고 하니 금상첨화였다. 그러나 턱시도와 드레스 차림은 의상 대여로를 받는다고 했다. 나는 당연히 케주얼 복장의 무료를 택했다.

그러나 자녀들이 장성하고 나면 가족 사진 찍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아마 공감할 분이 많을 것이다. 일단 한군데 모이는 것이 어렵다. 그런데 마침 서울 있는 막내딸이 조카가 보고 싶어서 대구에 내려 온다는 것이다.

나머지 식구들은 대구에 있으니 비교적 이번 가족 사진 찍기는 수월한 편이었다. 토요일 오후 5시, 대구시 죽전네거리에 있는 J스튜디오로 가족들이 모여 들었다. 토요일이지만 일이 있었던 사위와 외지에 있던 아들도 자동차를 운전하여 달려왔다.

나는 남편 K선교사와 아들과 사위도 얼굴에 선크림이라도 바르라고 권하였다. 그러면 번들거림을 막아주기 때문에 사진이 잘 나올 것이기에 말이다. 헤어젤도 집에서 가지고 와서 필요한 가족들은 간편 헤어모드를 하게 했다.

촬영이 시작 되었다. 나는 전체 가족 사진 한컷만 찍는줄 알았다. 그런데 사진사는 가족 구성원을 다양하게 나누어 여러 포즈를 취하게 하고 사진을 찍었다. 어린 로아를 얼러 주어 로아가 표정을 집중하도록 하는 자매도 있었다. 이처럼 세명의 스튜디오 직원들이 수고하여 한시간 동안 우리 가족의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은 기사가 사진을 다 찍은 후 컴퓨터로 사진을 보여 주었다. 잘 나온 사진이 많았다. 사진사는 약속대로 가족사진 한 장만 선택하면 앨범은 무료로 만들어 준다고 하였다. 그러나 사진 파일을 다 가져 가려면 일정한 금액을 내야 한다고 하였다.

아들과 사위가 파일만 사자고 하였다. 스튜디오에서는 약속대로 전체 가족사진 액자를 만들어 주겠다고 하였다. 가족사진 한장만 딱 찍는 것으로 생각했던 나는 갑자기 다양한 여러 사진을 찍고 사진 파일을 사야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덕분에 다양한 가족애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그 스튜디오에서 주었기 때문이다. 남편 K선교사도 두 딸에게 뽀뽀를 받으며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나중에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아들도 가족사진 찍는 것이 참 좋았다고 기분 좋아 하였다. 사실 우리 가족이 이렇게 가족사진을 찍어본 지가 거의 15년이나 되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중국에 있을 때 우리 가족은 사진관에서 중국옷을 입고 가족사진을 찍었었다.

그 후로 핸드폰으로는 종종 찍었지만, 어머니와 작년 11월에 태어난 로아까지 4대가 스튜디오에서 정식으로 사진을 찍은 것은 처음이었다. 어머니가 연세가 높아서 하루라도 빨리 찍어 두고 싶은 내 바램에 ‘무료 가족사진 이벤트’로 하나님은 응답해 주신 것이다.

이미 저녁 시간이 되어서 우리 가족은 스튜디오 근처의 갈빗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뜻밖에도 형편이 그리 넉넉지 못한 전도사인 막내딸이 저녁 값을 내었다. 그 날은 가족사진 촬영과 저녁식사로 우리 가족 단합대회를 정말 멋지게 한 셈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히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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