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경술국치가 무술국치로 재탄생하려는가?

1910년(경술년) 8월 29일,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국권을 일제에게 상실한 치욕의 날임을 기억해야만 합니다.

지난 8월 29일은 경술(庚戌)국치일이었다. 공교롭게도 매인 날과 놓인 날이 같은 달 안에 있다.

을사(乙巳)년 1905년에 외교권을 일본에 양도하는 을사늑약(乙巳條約)이 체결되었다. 을사늑약은 외교권 박탈과 내정간섭을 주 내용으로 하는 5개항으로 되어 있다. 그 5년 뒤인 경술년 1910년 8월 22일 한일병합조약이 조인되어 8월 29일 발효되었다. 한일병합조약은 통치권을 완전히 또 영구히 일본 황제에게 양여함이 첫 조항이다. 나머지 4개 조항은 조선황실과 귀족에 대한 예우, 끝 2개 조항은 성실히 통치하겠다는 내용으로, 모두 7개 조항으로 되어있다. 물론 첫 조항을 빼고는 잘 지켜지지 않아 주권을 잃은 우리 민족은 일본의 혹독하고 불평등한 통치를 받게 되었다.

멜로스 회담(Melian Dialogue)은 펠로폰네소스 전쟁 초기 아테네 사람과 멜로스 섬 주민 사이에 있었던 회담이다. 아테네는 이웃 도시국가들과 델로스 동맹 (Delian League)을 맺었다. 스파르타도 이웃 도시국가들과 펠로폰네소스 동맹 (Peloponnesian League)을 맺었다. 스파르타와 혈통적으로 더 가까운 멜로스 주민은 아무 동맹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 멜로스가 동맹에 가입하지 않자 아테네는 동맹군을 이끌고 멜로스 섬을 포위했다.

멜로스 사람들은 아테네와 스파르타,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고 중립국가로 남겠다고 버텼다. 멜로스 사람들은 끝까지 아테네인들의 이성에 호소했다. 자기들을 중립국으로, 친구로 받아들이고 양국의 이해에 맞는 조약을 맺고 떠나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힘없는 나라의 정당한 논리는 참혹한 결과를 가져왔다. 성인 남자는 모조리 잡혀 죽었고 여자와 아이들은 노예로 팔려갔다.

멜로스 회담은 지금도 국제정치에서 자주 인용된다. 국제정치에서 정의는 왜 내세울 것이 못 되며, 동맹은 왜 중요하며, 강대국은 어떻게 약소국을 침략하는가? 이런 문제들이 이 회담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혁명이라는 반헌법적 가치로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72주년 경축사는 이렇게 요약된다. ① 촛불혁명이 국민주권을 가져왔다 ② 독립운동이 광복을 쟁취했다 ③ 대한민국 허락 없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없다

그러나 건국 이래 국민주권은 회복되었고, 스스로 광복을 쟁취하지 못했으며, 광복을 가져다 준 동맹에 대한 고마움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좋은 전쟁보다 나쁜 평화가 더 낫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약한 대북관이 한반도에서 2500년전의 델로스 회담을 재현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광복절을 이렇게 기념한 문재인 정권은 경술국치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국내 유수언론 또한 마찬가지였다. 좋은 역사는 기억하지만 나쁜 역사는 기억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끄러운 역사를 부정하면 부끄러운 역사가 되풀이될 뿐이다. 우스갯소리지만 지금 시국은 국치일에 온 국민이 한 시간씩 땅을 치며 통곡하게 만들어 기억하게 해야 할 시국이 아닌가!

세계사에 몇 안 되는 500년 왕조, 유례없는 찬란한 기록 문화를 남긴 조선이 어떻게 그리 되었을까? 그런 안일한 현실감과 유치한 역사의식으로 우리는 지금 냉혹한 국제관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멜로스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제정치에서 약자가 부르짖는 진실과 정의는 조롱의 대상이다.

내년 2018년은 개띠 해인 무술(戊戌)년이다. 연방제 운운하며 핵을 거머쥔 북한과 대화를 통해 나쁜 평화라도 받아들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약한 대북정책이 북한에 의해 대한민국이 병합되는 무술국치를 불러 올 전망이다.

스테판 오(자유기고가)

세션 내 연관 기사 보기

The following two tabs change content below.

편집국

시니어 타임즈 US는 미주 한인 최초 온라인 시니어 전문 매거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