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

20210619 나은혜 scaled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이 다를 것이다. 어떤이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때 행복을 느낄 것이고 어떤 이는 멋지거나 예쁜 옷을 새로 사서 입을때 행복하고, 어떤이는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하면서 행복해 할 것이다.

오래전에 내가 결혼전 다녔던 직장인 은행에서 함께 근무했던 여직원언니는 자신은 가장 행복한 시간이 잠자는 시간이라고 한 생각이 떠오른다. 잠을 잘때 꿀맛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오래전 들은 말인데도 기억이 난다.

라이프 사이클을 따라서 행복의 기준은 바뀔 수 있다. 예를 들면 결혼전과 결혼후, 자녀를 낳기전과 낳아서 기를때의 행복을 느끼는 기준은 또 다를 것이다. 내 큰딸을 보면 지금 어린 남매를 키우면서 마음껏 행복을 누리는 모습이 참 보기좋다.

그런데 나는 이제 그런 젊은 시절은 다 지나갔다. 어느듯 인생의 마루턱을 지나 내리막길에 서 있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님을 모시고 돌보아 드리면서 남편과 함께 셋이서 사는 라이프 스타일에 들어와 있다. 어떤 이는 내게 그럴 것이다. 당신 참 힘든 삶을 살고 있다고…

부정하고 싶진 않다. 어느 부분 사실 힘들기 때문이다. 치매로 인해 전혀 인지활동이 안되는 어른아기인 셈인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입장이니 말이다. 보호자가 없이는 먹는것도 입는것도 그 어느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어머니이다.

거기에다가 어머니가 내놓는 배뇨가 묻은 옷이며 침구를 날마다 빨아야 하고 대소변 기저귀를 받아 내야 한다. 간병인 며느리의 삶을 사는 나는 자타가 인정하는 결코 녹록치만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나의 하루가 마냥 힘든것만은 아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시간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의 행복은 그 누구로 인해 방해 받지도 않고 또 빼앗기지도 않는 아주 소중하고도 특별한 시간이다.

그 시간은 바로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아침시간이다. 내가 하루중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유일하게 가장 긴 시간을 남편 K선교사와 함께 마주 보고 앉아 있는 시간이다.

매일 아침 어머니를 주간보호센터에 보내 드리고 나서 우리 부부는 곧장 거실창문 앞에 놓인 탁자에 마주 앉는다. 성경을 읽기 위해서다. 준비물은 각자의 아이패드와 목을 축일 수 있는 물한잔이다.

성경읽기는 작년 하반기에 시작해서 한번 을 통독했다. 이어서 올해 초 1월에 두번째 통독을시작했다. 그리고 며칠전인 6월초에 두번째 통독을 마쳤다. 시작이 반이라고 성경읽기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경을 매일 읽겠다는 의지와 시간을 확보해 두는것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여러 정황상 성경을 못읽는 날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날은 건너뛰고 다음날 이어서 읽어 나가면 된다.

성경읽기 방법은 드라마바이블의 ‘커뮤니티성경읽기프로그램’으로 읽는 것이다. 첫장은 시편으로 시작한다. 시편 한편을 읽고나면 그 다음은 구약으로 이어진다. 구약 성경이 가장 분량이 많지만 나는 남편과 한 장씩 교대로 소리내어 읽는다.

그다음은 신약성경을 읽는다. 대부분 신약성경은 2장 내지 3장을 읽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시편 한편을 읽고 마친다. 시간은 대개 50분 남짓이다. 한시간이 채 안되지만 분량이 많을때는 한시간 다 될때도 있다.

매일 성경을 읽기로 했지만 살다보면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아침부터 외출을 해야 할때도 있고 두 사람중 한사람이 출타를 해서 집에 없든지 하면 성경 읽기는 멈추어진다. 그래도 우리는 끊임없이 집에 있는 여건이 되기만 하면 매일 함께 성경을 읽었다.

그랬더니 어느듯 성경 한권을 다 통독한 것이다. 그리고 다시 성경읽기를 시작하였다. 작년에는 성경통독을 시작 하면서 ‘표준새번역’성경 으로 시작했었다. 그리고 올해초 시작한 성경통독은 개역개정 성경으로 읽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시작한 성경통독은 ‘우리말 성경’이다.

이처럼 성경 버전을 바꾸어 가면서 읽는 것도 매우 유익하다. 개역개정으로 잘 이해되지 않던 성경귀절이 표준 새번역이나 우리말성경으로 읽을때 확실하게 이해되면서 진리로 다가올때 참 기쁨을 느낀다.

개역개정 성경이야 우리 집에 많이 있으니 종이성경을 보고 읽으면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 읽기로한 우리말성경은 집에 한권 밖에 없었다. 그래서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그리고 찾아낸 방법은 바로 아이패드에서 우리말성경 버전을 찾아 읽는 것이다.

화면이 상당히 넓은 아이패드여서 왼쪽은 이번에 성경통독으로 읽기로 한 우리말 성경, 오른쪽은 개역개정이나 표준새번역, 혹은 쉬운성경 같은 다른 버전의 성경을 나란히 띄워 놓고서 읽는다.

혹 성경을 읽다가 이해가 잘 되지 않거나 문맥이 풀리지 않을때 다른 버전의 성경을 읽으면 쉽게 이해되는 것을 종종 경험한다. 그래서 세상엔 이처럼 다양한 버전의 성경이 필요한 모양이다.

어제 아침도 남편과 마주 앉아서 성경을 읽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읽을 차례가 되었다. 내가 읽어야 할 성경은 이사야서 46장 이었다. 이사야서 46장을 소리내어 읽던 나는 어느 구절에서 갑자기 성경읽던 목소리가 멈추었다.

그 성경 귀절은 이사야서 46장3절 하반절~4절이다. “…너희가 잉태됐을 때부터 내가 너희의 편이 돼 주었고 너희가 태어날 때부터 내 품에 안아 주었다. 너희가 늙어도 나는 여전히 너희를 품에 안고 너희가 백발이 돼도 여전히 너희 편을 들어주겠다. 내가 만들었으니 내가 감당하겠다. 내가 편을 들어 주고 내가 구해 내겠다.”

특히 이사야 46장 4절 하반절에 “내가 만들었으니 내가 감당하겠다. 내가 편을 들어주고 내가 구해 내겠다.” 는 말씀을 읽을때 나는 순간 숨이 막힐듯 했다. 나를 만든 하나님이 나를 감당해 주시겠다고?

내가 지고 있던 무거운 짐들이 풀려나가는 순간이었다. 가정 경제를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에 나도 모르게 눌려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말씀 앞에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아~ 하나님이 나를 만든 분이니 나의 모든것을 책임져 주시겠구나 하는 믿음이 들어오면서 감동이 되었던 것이다. 안도의 마음이 들었다. 절박한 현재의 나의 삶에 크신 은혜를 부어 주시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울컥한 마음으로 눈시울을 적시며 성경 읽기를 잠시 멈추고 이사야 46장 4절 하반절을 다시 묵상하느라 가만히 있는 나를 남편이 지그시 바라본다. 성경을 읽다가 감동을 받을때 종종 일어나는 일이기에 별로 이상할 것도 없다는 듯 남편은 조용히 기다려 주었다.

그리스도인 부부가 나이 들어가면서 매일 서로 마주 앉아 성경을 소리내어 함께 읽을 수 있다는 것 그 이상의 행복이 어디에 또 있을까. 나는 어느날 남편과 마주 앉아 성경을 읽다가 문득 그런 사실이 깨달아졌다.

우리 어머니는 80대 초반에서 중반이후 까지도 성경필사를 열심히 하셨었다. 그런데 90세가 넘어가고 치매가 심해 지면서 성경필사를 못하게 되었다. 치매로 인해 점점 인지능력이 약해져 갔기 때문이다.

어느날 습관을 좇아 성경을 필사한다고 탁자에 앉은 어머니는 성경을 글씨로 쓰지 못하고 성경에 그냥 막 낙서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성경을 쓰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그런 어머니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새롭다.

어머니를 통해 인생의 내리막길을 바라본 나는, 내 두눈으로 성경을 똑똑히 볼 수 있다는 것, 내 머리가 그것을 인식하고 글을 알아 볼 수 있다는 것, 소리를 내어 또박 또박 내 입으로 성경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알게 되었다.

치매로 인해 인지 능력이 엉망이 되어 버린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보니 예전에 뭐든 당연스럽게 여겼던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나의 모든 지적인 활동들이 당연한것이 아니라 특별한 은총이며 축복인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일할 수 없는 때만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당연시 여겼던 매일의 습관같은 생활을 위한 활동들이 어려워질때도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 듣고 읽고 쓰고 말하는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총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나의 하루중 가장 행복한 시간인 성경을 읽는 아침시간을 일생 지켜 나갈 수 있기를 나는 간구 하였다. 빼먹지 않고 날마다 한시간씩 부지런히 읽으면 일년에 세번 성경을 통독한다. 좀 바쁜 사람은 널널하게 읽어도 일년에 두번은 성경을 통독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규칙적인 성경 읽기를 안하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남은 하반년 동안 성경통독으로 한번 성경읽기에 도전해 보면 좋을 것이다. 아이패드에 여러 버전의 성경이 다 들어 있어서 굳이 다른 버전의 성경은 사지 않아도 된다.

성경 누가복음 10장에서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아래 꿇어 앉아 말씀을 듣고 있을때의 정경이 떠오른다. 언니 마르다가 동생 마리아가 자기가 하는 일을 돕지 않는다고 예수님께 일렀을때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 무엇인가?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우리는 날마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선택하며 살아간다. 나도 마리아가 좋은편 이라고 믿는 것을 선택 하였듯이 매일 소리내어 성경 읽는 좋은편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 시간을 나의 하루중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규정하였다.

“주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눅10:41~42)”

목사2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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