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어머니의 빈방

어머니가 병원으로 이송되어 가셨다. 그 밤은 집안이 무언지 텅 빈 느낌이 들었다. 나는 밤중에 새벽에 계속 잠이 깨었다. 어머니는 코로나 치료 받으러 병원에 입원 하신것 뿐인데 내가 너무 비장한 느낌을 갖는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머니가 병원으로 가시던 그날 나는 새벽 3시반에 일어나 어머니의 기저귀를 봐 드리러 들어갔더니 기저귀에 대변을 보셨다. 뒷처리를 해 드리고 아침에 다시 어머니 방에 들어가 보니 이번에도 기저귀에 변을 잔뜩 보셨다.

씻겨 드려야만 할 상황이어서 욕실로 모시고 가려는데 어머니가 다리에 힘을 주지 못해 걷지를 못하신다. 남편과 둘이 부축을 해서 겨우 욕실로 옮겼지만 어머니는 목욕의자에도 제대로 앉지를 못하고 축 늘어져 버린다.

비스듬히 눕다시피한 어머니를 머리를 감기고 몸을 씻겨 드렸다. 누워서도 계속 변을 보셔서 물로 씻어내리면서 목욕을 해 드렸다. 어쩌면 어머니가 오늘 병원에 입원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어머니가 몸을 못 가누는 이런 상황에 집에서 돌봐 드리는것에 한계에 도달한 것 같았다. 씻겨 드린 후 아침밥을 먹여 드려야 하는데 도저히 거실까지 걸어 나오실 수 없을것 같아서 어머니 방에 있는 작은 원탁에다 아침을 차려 드렸다.

어머니를 겨우 일으켜 의자에 앉힌 후 넘어 지지 않도록 내가 붙들고 남편이 밥을 먹여 드렸다. 어머니는 몇숟가락 안 뜨고는 식사를 거부 하셨다. 그래도 밥과 함께 치료약은 다 먹여 드려서 다행이었지만..

침대에 누워서 어머니는 입을 꼭 다물고 있다. 물을 먹여 드리려고 해도 거부 하신다. 점심으로 설렁탕국물에 밥을 넣어 끓여서 부드럽게 만들어서 입에 떠 넣어 드렸지만 음식을 받아 들이지 않으신다.

남편은 어머니를 일으킬때 자신이 안아 일으키려고 한다 아마 자신이 아직도 젊은줄 아나보다 나는 말린다. “여보! 무리하게 힘쓰다가 허리 나가요” 그리고 나와 둘이서 어머니를 붙잡아 일으켰다.

사실 지금 나도 남편도 환자이다. 머리도 아프고 목도 잠기고 남편은 온몸이 쑤신다고 했다. 이런 상태에서 어머니를 돌봐 드리는 일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남편이 어머니의 처방전을 써준 의사와 상담을 했다.

보건소와도 소통을 하면서 상담을 한 결과 병원에 병실이 나면 연락해 주기로 했다. 한나절을 기다려서야 연락이 왔다 김포엔 병실 침대 나는 곳이 없고 시흥에 있는 요양병원에 입원이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다.

어머니는 여전히 입을 꽉 다물고 음식을 거부 하신다. 점심도 거른채 있는 어머니를 보고 있자니 이젠 우리 힘으로 어떻게 돌봐 드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병원에서는 영양제도 줄 수 있고 수액도 처방할 수 있을 것이다.

저녁 7시반쯤 보건소에서 앰블런스를 보내 주었다. 그런데 미동도 안하고 누워있던 어머니가 병원에 가시자고 하는 말에 눈을 뜨고는 일어나 앉으신다. 생존욕이 강한 어머니는 평소에도 밥을 먹자는 말에는 안 일어나다가도 약 먹자는 말에는 일어나시던 분이다.

하긴 어머니는 20여년 넘게 병원을 다니면서 약에 의존해 사셨다. 선교사 가족에게도 할인혜택이 많은 안양샘병원에 어머니는 버스를 세번씩이나 갈아타고 다니면서 진료를 받고 약을 타다가 드셨었다.

그러다가 내가 한국으로 나오고 부터는 내가 자가운전을 하여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녔었다. 샘안양병원엔 조그만 카페가 있었다. 어머니의 진료를 받고 약을 타러 한달에 한번씩 샘안양병원에 가면 꼭 그 카페에 들렸다.

금방 내린 커피와 머핀이나 빵을 먹으면서 어머니는 행복해 하셨다. 커피점 주인은 종종 커피와 빵을 어머니에게 무료로 제공해 주시기도 하였다. 오래 병원에 다니다보니 서로 대화를 많이하게 되고 친해졌던 것이다.

이처럼 병원을 익숙하게 다니다보니 어머니 마음속엔 내가 살려면 병원과 약을 가까이 해야 한다는 의식이 자리 잡게 된것 같다. 그래서 치매로 인해 많은것을 잊어 버리셨어도 병원과 약에 대한 애착은 잊어버리지 않으셨나보다.

어머니의 소지품을 챙겨서 보건소 앰블런스에 태워서 보내 드리고 나서 우리 부부만 집안에 남았다. 남편도 어머니가 안계시니 허전하다고 한다. 나는 몇번이고 밤중에 잠이 깨었다. 이러다가 어머니가 집에 아예 못 돌아오시는 것은 아닐까…

이튿날 어머니 방을 환기시키고 청소하고 소독약을 뿌리고 정리정돈을 하였다. 이방의 주인인 어머니의 사진을 어머니의 침대옆에 놓인 원탁위에 놓아 두며 나직히 속삭였다. “어머니 코로나 치료 잘 받으시고 어머니 방으로 돌아오세요.”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고 나자 남편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온몸이 아프고 다리에 힘이 없다고 하더니 괜찮다고 한다. 아마도 어머니에 대한 걱정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남편에게 주었던 모양이었다.

결국 남편은 어머니를 살릴려면 병원으로 보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주치의와 보건소와 상담을 진행해서 어머니를 입원시켜 드리게 되었던 것이다. 치료 받으러 가신 것이니 좋아져서 돌아 오시겠지 긍정적인 생각을 갖기로 하자

사람의 명은 하나님이 주관 하시는 것이어서 나이가 많다고, 그리고 병에 걸렸다고 죽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떠날때가 되면 아무리 뛰어난 의료인도 그 생명을 붙잡지 못한다. 이미 하나님께서 부르신 생명이라면 말이다.

며칠전 친척 여동생과 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어머니가 소천하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친척 아주머니는 돌아가시던 날 저녁 딸이 해준 저녁을 드시고 이젠 가고 싶다고 하셨다고 한다. 딸이 “엄마 어디를 가요?”

그랬더니 아주머니는 “천국” 이라고 답하시고 얼마후 조용히 눈을 감고 이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87세에 생을 마감하신 것이다. 이 얼마나 평안하고 복된 죽음인가 아주머니도 예수를 믿고 천국에 입성하신 것이다.

젊은 시절 나는 그 여동생에게 복음을 전했고 여동생은 자신의 가족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친척 아주머니의 복된 천국입성은 남다른 감동을 나에게 주었다. 각각 천국 입성을 할 날자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만 우리는 알고 살아가면 될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갈 곳이 아직은 천국이 아닐것 같다. 어머니는 건강체이신 편이니까 이번 코로나 치료도 잘 받으시고 집으로 돌아오실 것이다. 어머니 사진이 오롯이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의 빈방으로 말이다.

“여호와를 경외하면 장수하느니라 그러나 악인의 수명은 짧아지느니라(잠 10:27)”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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