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친절 활력소 이야기

나는 남편과 함께 투썸플레이스 커피숍에서 데이트를 마치고 나오면서 말했다. “우리에게 이런 멋진 데이트의 시간을 갖도록 조각 케이크 두 개와 아메리카노 두 잔을 선물해 준 K목사님께 정말 감사하네요.” 했더니 남편도 “그러게 말이야” 했다.

나는 사역의 시작을 선교사로 시작한거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서울장신 성서과를 졸업하고 남편과 함께 육군사관학교내에 있던 육사교회에서 기독생도사역을 했다. 우리가족이 살고 있던 화랑마을에서 집을 오픈하여 제자훈련 사역을 3년 하였다.

그리고 묵동의 시민교회에서 전임전도사로 일년 사역을 한것이 나의 국내 사역경험의 전부이다. 그후 곧 선교사로 파송받기 위한 훈련에 들어갔으니 말이다. 한국해외선교사 훈련원(GMTC)에서 6개월 훈련을 받았다. 그후에는 우리가 소속된 교단(통합)선교사 훈련을 3개월 받았다.

그리고 C국으로 파송되어 사역하던중에 선교사역 11년째에 비자제한을 받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선교지에서는 파송단체를 초월하여 전체 선교사를 대상으로 컨퍼런스가 열린다. 그리고 같은 교단파송 선교사들만을 대상으로 컨퍼런스가 열리거나 선교회의가 열렸다.

그런 컨퍼런스에서 선교사들은 서로 만나서 교제를 나누고 같은 선교동역자와의 교류를 나눈다. 그리고 자신의 선교지를 떠나서 다른 지역에 가게되면 대부분 그곳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님의 가정에 묵거나 그지역 선교사님이 안내해주는 게스트룸에 묵는다.

한국서부터 알던 사이가 아니어도 일단 같은 나라로 파송되어 온 선교사라는 공통점 때문에 서로 친해지고 또 사랑으로 섬기거나 섬김을 받는 것이다. 우리가족이 C국의 남방지역에서 사역하고 있을때 다른지역에서 사역하던 한 선교사님이 찾아왔다.

우리집에서 하루를 묵고 비자를 받으러 홍콩에 가기 위해서였다. 우리 부부 보다는 나이가 훨씬 젊었던 그 선교사님은 우리집에 묵으면서 나에게 하나의 잊지못할 추억을 남겨주고 갔다. 하지만 그선교사님은 이미 고인이 되었다. 지병으로 인해서 지금은 천국에 있다.

우리가족이 사역하던 곳은 북열대지역이었다. 나는 손님이 왔으므로 대접을 하기 위해서 냉동실에 사다가 보관하고 있던 열대과일 두리안(durian)을 대접했다. 그런데 우리집을 방문한 그 선교사님은 두리안킬러 였다. 꽤 큰 한덩어리의 두리안을 다 먹고는 더 없느냐고 했다.

남방이긴 했지만 두리안은 그곳에서도 비싼과일 이었다. 나는 아껴서 두고 두고 먹으려고 잘익은 커다란 냉동 통 두리안(Frozen durian)을 하나 사다가 냉동실에 보관하고 있었다. 두리안은 얼려서 먹으면 마치 아이스크림을 먹는것처럼 매우 맛있다.

손님으로 온 선교사님의 요구에 나는 또 커다란 두리안 조각 하나를 가져다 주었다. 그런데 이 선교사님은 두리안을 얼마나 좋아했던지 나에게 두리안 남은것 더 있느냐고 물었다. 열대과일인 두리안을 이곳 남방에 온김에 실컷 먹고가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나도 두리안을 좋아해서 아껴두고 한조각 한조각씩 먹으려고 했던 두리안 한통을 그 선교사님이 통째로 다 먹고 간 기억이 있다. 두리안을 얼마나 좋아했기에 손님으로 온 체면에도 불구하고 두리안 한통을 다 가져오라고 해서 몽땅 먹고 갔을까

그후에도 나는 두리안만 보면 지금은 고인이 된, 두리안을 너무도 좋아했던 그 선교사님이 종종 기억나곤 한다. 아마 그선교사님은 천국에 가서 자신이 그리도 좋아하던 두리안을 원없이 먹고 있으리라. 달마다(계22:2) 과일이 열리는 천국에서는 과일이 풍성할 것 이기에말이다.

그처럼 선교지에서는 선교사들간의 교제가 있었는데 한국에 나와서 목사안수를 받고 노회에 소속하게 되니 나의 동역자들이 한국교회 목회자들로 바뀌었다. 봄 가을로 노회에 참석하고 시찰회에 참석하면서 여러 목사님을 알게 되었다.

이번 봄 시찰회에 참석했을 때였다. 모두가 마스크맨이 되어 서울의 한 교회에서 시찰회 모임을 가졌다. 그런데 멀리 울산에서 온 S목사님이 다른사람과는 완전히 다른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매우 고급 스러워 보이는 특별해 보이는 마스크였다.

붙임성 좋은 나는 인사를 하면서 말을 건넸다. “와~ 목사님 마스크 멋져요. 그런것은 어디서 구입하나요?” 그러자 평소에도 늘 미소짓는 얼굴에 친절한 S목사님은 “아… 목사님 이거 백화점에서 만드는 맞춤마스크인데 나목사님에게만 하나 보내 드릴께요.” 한다.

나는 “감사해요. 목사님 그런데 제 남편것까지 두개 부탁 해요.” 했다. 기왕에 신세질 바에 왕창 지자는 생각으로 말이다. 나의 약간은 뻔뻔스러울 수 있는 이 주문에 그 목사님은 “네에~ 그러지요. 남편 목사님의 마스크 사이즈는 제 얼굴에 맞추면 되겠지요? “한다.

며칠후 울산에서 핸드폰으로 페이스톡전화가 걸려왔다. 마스크 맞추러 백화점에 왔는데 사이즈 때문에 내 얼굴을 마스크 맞추어 주는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건 전화라는 거였다. 이처럼 울산의 목사님은 공을 들여 마스크를 맞추어서 택배로 내게 보내 주었다.

그렇게하여 나는 남편과 세트로 멋지고 고급스러운 커플마스크를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이 맞춤 마스크가 얼마나 하는지 모른다. 굳이 가격을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으로 오랫만에 시찰회에서 만난 그 목사님은 따뜻하고 세심한 친절을 내게 베풀어 주었다.

내가 본인이 쓴 특별한 맞춤마스크에 관심을 가졌다고 해서 이처럼 일부러 백화점에 가서 맞추어 보내 주는 정성, 그것도 내것뿐 아니라 내남편것 까지도 보내 달라는 나의 그 요구에 흔쾌히 마스크를 맞추어 보내주는 그 목사님의 넉넉한 인품에 대해서 나는 감동하였다.

아마도 S목사님이 목회하는 교회의 성도들은 매우 행복한 성도들일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동역자의 마음을 이처럼 감동시킬진대 성도들에겐 오죽 잘 할 것인가. 충분히 그렇게 미루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자 이번엔 투썸플레이스에서 우리 부부를 데이트 하도록 기회를 주었던 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서울시내에서 중형교회를 목회하는 그 목사님은 얼마전 내가 보낸 선교문학 수필을 읽은 후에 메세지를 보내왔다.

코로나 발발 이전엔 종종 들어가는 나의 선교지인 C국에서 바닷가에서 만난 할머니를 전도했던 내용의 글과 사진이었다. 전도를 하면서 할머니와 셀카를 찍었는데 할머니도 나도 활짝 웃으면서 찍은 사진을 보고 K목사님은 “나목사님, 세월 멈춘 웃는 모습 늘 생기를 줍니다. 모닝 커피 한잔 택배합니다^^”라면서 커피배달 이모티콘을 보내왔다.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면서 “이거 말고요 진짜!!”했다. 보통 친숙한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농담인 셈이다. 그런데 곧 K목사님은 진짜 투썸플레이스의 조각케이크 두 개와 아메리카노 두 잔을 사서 보내주었다. “말씀이 능력이 되어 나타나네요~순종하는 자를 통해^^”라는 글과 함께…

나는 커피와 케익 사용권을 받고 사실 좀 놀랐다. 농담으로 한 말이었을 뿐이기에 말이다. 그래서 뜻밖의 K목사님의 호의에 더욱 감사했다. 나는 곧 “센스 있는 선물 고마워요.”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그 커피와 케이크 사용권을 두 주가량 아껴 두었다가 어제 드디어 사용한 것이다.

우리가 사는 동네 한식당 앞에 써 붙인 현수막이 우리를 웃음짓게 만들었다. ‘코로나 극복 육개장 5,500원’ 이라고 써 있었다. 우리는 기왕이면 우리를 웃게 만들어준 그 식당에 가자고 했다. 남편 K선교사와 나는 얼큰한 육개장을 한 그릇씩 먹고 디저트를 먹기 위해 투썸 플레이스에 갔다.

땀을 흘릴정도로 얼큰한 육개장을 먹은후에 달달한 케이크와 커피는 후식으로 잘 어울렸다.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이것을 글감 삼아 수필을 하나 쓰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백화점 맞춤용 마스크를 보내준 목사님이나 케이크와 커피권을 보내주어 우리 부부에게 데이트할 기회를 준 목사님 모두 고마운 동역자들이다.

그리고 매번 시찰회나 노회에 참석하러 갈 때마다 차를 태워다 주는 동역자 목사님이 있다. 그분은 강화도에서 목회하는 분으로 직접 빠른 길로 노회장소나 시찰회장소를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교통편을 제공하기 위해서 언제나 김포 풍무동 까지 일부러 와주는 분이다.

사실 자동차로 노회장소나 시찰회 장소까지 가면 매우 편리하다. 시찰회나 노회가 끝나고 집에까지 태워다 주는 동역자 목사님에게 나는 늘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함께 가지고 있다.

이상과 같이 최근의 내 기억 속에 따스한 섬김으로 남는 몇몇 분의 동역자들을 생각해 보았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마음에 따스함과 우정을 느끼게 하는 사랑의 섬김, 그것은 요즘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로 각박한 이 세상에서 살맛을 느끼게 한다. 그것은 바로 이름하여 ‘친절활력소’라고 부른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 10:45)”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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