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태 칼럼] 그녀가 웃음을 멈춘 까닭은?

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안개와 풀의 꽃과 같은 인생…

“들으라 너희 중에 말하기를 오늘이나 내일이나 우리가 어떤 도시에 가서 거기서 일 년을 머물며 장사하여 이익을 보리라 하는 자들아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 (약 4:13~14)

최근 선교사에게 야고보서의 말씀이 이처럼 뼈저리게 다가온 적이 또 없었고 고국에서의 분주한 일정 가운데서도 이 글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충동을 느껴서 갑작스레 펜을 들었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

아리따운 미혼의 이순영(29) 선교사는 서부 아프리카 가나에서 NGO 단체와 함께 선교 사역을 하다가 그만 사나운 맹견에게 물려 고국으로 긴급 후송되어 응급 치료를 받았으나 안타깝게도 얼마 전 주님 곁으로 떠나가고 말았다.

어릴 적부터 약한 자를 돕고 남을 섬기기를 좋아했었던 마음씨 좋은 청년 순영은 사역의 전문성을 위해 영국으로 유학을 다녀올 정도로 자기발전과 맡은 일에 충실한 실력자였고 매사에 모범을 보였다고 한다.

부모님도 장로교단(통합측)의 안수집사님, 권사님으로 두 자매를 어릴 적부터 철저한 신앙으로 남부럽지 않게 길러내었다.

불면 날릴까, 만지면 꺼질까~ 애지중지 키워온 큰딸을 마지막 한 번 안아주지도 못하고 한마디 작별 인사조차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떠나보낸 어머니, 아버지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필자는 순영 선교사님이 병원에서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왠지? 예감이 이상하고 주체할 수 없는 아픔이 밀려와서 주변의 기도하시는 분들과 여러 단톡방에 긴급으로 기도 부탁을 올렸었다.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많은 분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기도하며 격려와 응원의 글들을 보내 주셨다.

그러나 우리의 간절한 염원과 선교단체의 간절한 기도와 부모님 및 일가친척, 모(母)교회의 애통한 부르짖음을 뒤로하고 순영 선교사님은 기어이 주님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

떠나간 사람은 말이 없지만… 이제 남아있는 자들에겐 이루말 할 수 없는 고통과 후회, 분노, 원망의 시간들이 밀물처럼 밀려올텐데… 이를 어떻게 하며? 어떻게 이 충격을 이겨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의문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없었다.

이순영 선교사님의 참변은 지금부터 16년 전 2007년 7월 19일 모 교회에서 아프카니스탄으로 선교여행을 떠났던 때를 잠시 소환하게 하였다.
그 당시 이 사건은 온 교계와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었는데 23명이 탈레반 무장세력에게 44일간 납치되었다가 안타깝게도 2명이 죽고 21명이 하나님의 은혜로 극적으로 풀려났었다.

그중에 한 명은 목사였고 한 명은 우연찮게도 고인과 나이가 같은 형제였었다.

문제는 이 형제의 죽음 앞에 가족들이 보여준 행동이었다. 특별히 아버지가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어서 교회 관련자들을 엄청나게 힘들게 했다는 후문을 나중에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여기서 필자는 자식을 졸지에 잃어 버리고 나서 슬픔과 분노에 찬 아버지를 비난하거나 그의 인격을 폄하할 마음이 추호도 없다. 어쩌면 이것이 자식 가진 사람들의 인지상정일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순영 선교사님의 가족 특히 아버지가 보여준 놀라운 믿음의 모습은 필자를 비롯하여 관련자들과 사건의 전말을 아는 모든 사람들을 울렸으며 많은 도전과 함께 숙연함과 부끄러움을 느끼게도 하였다.

여기서 필자는 장례예배 후에 어버님께서 보내온 짧고도 울림이 있는 글을 그대로 올려 보고자 한다.

[여러분들 덕분에 하나님의 은혜로 예쁜 큰딸을 하나님께 보낼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예쁜 큰딸이 하나님의 나라에서도 선한 사역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이순영 아버지 드림]

부모는 땅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하는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아니하는 딸을 황망히 떠나보내고 밀려오는 슬픔의 눈물을 삼키며 일터에서 또 교회에서 묵묵히 사명 감당하는 이순영 선교사님 부모님과 사랑하는 동생, 온 유가족분들께 전능하신 하나님의 넘치는 위로와 평안이 함께 하시길 기도드리며… 존경과 아울러 뜨거운 감사를 전하고 싶다.

기도 제목을 보고 마치 내 일처럼 마음 아파하며 기도해 주시고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으신 선교사 주변의 신실한 믿음으로 기도하시는 분들과 선 후배 동료선교사님들께도 심심한 감사를 전해드린다.

선교사 세계도 이미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고 여러 선교단체마다 선교사 지망생이 줄어들어 차세대 선교를 걱정하고 있는 가운데 젊고 유능한 선교사를 잃어버린 것은 한국교계는 물론 하나님나라에서도 막대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꽃다운 그녀의 예상치 못한 죽음이 더 안타깝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이순영 선교사님의 죽음을 우리의 기도와 아버지의 기도대로 결단코 헛되게 하지 않으시고 계속해서 선한 일에 부유하게 해 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늘도 주님의 지상명령에 순종하여 오대양 육대주에 흩어져서 예수그리스도 복음전파에 사력을 다하고있는 선교사님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기도해 주실 것을 다시한번 간곡히 부탁드리며 이 글을 가름하고자 한다.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뇨? 너희는 잠깐 보이다 없어지는 안개니라”

2023년 05월 29일 서울에서 남아공 김현태 선교사

김현태 선교사(남아프리카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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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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