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나눔은 나눔을 낳고

어젯밤 나는 교회에서 늦은 시간까지 ‘나눔의은사’라는 수필을 쓰고 있었다. 그 내용은 내가 요리할 감자를 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 있었을 때, 뜻밖에 지인 사모님으로부터 감자 한 박스를 택배로 받은 사건을 수필로 썼던 것이다.

그런데 수필을 다 쓰고 나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내가 감자가 필요 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지인 사모님으로부터 감자 한 박스를 받으니 매우 기분이 좋았는데, 나도 이 좋은 기분을 누군가에게 흘려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든 것이다.

그래서 영등포에서 노숙자 사역을 하시는 L목사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코로나 시대에 노숙자 사역은 어떠시냐고 안부를 묻는 문자를 보낸 것이다.

L목사님은 곧 답장을 보내왔다. 노숙자 사역을 하면서 찍은 사진과 함께 말이다. 그런데 전보다 사람들이 훨씬 늘어나 있었다. L목사님은 노숙자들에게 아침저녁 예배를 드리면서 복음을 전하고는 밥을 해 먹인다.

L목사님이 손수 장을 봐가지고 와서 밥을 해 먹이는 것이다. 그래서 L 목사님은 늘 반찬을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나는 지구촌선교문학선교회 이름으로 종종 반찬값이나 김치 값을 송금하곤 했었다.

큰 금액은 아니더라도 10만원도 L목사님의 노숙자 식사봉사 사역엔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엔 나도 반찬값을 잘 보내 드리지 못했다. 내 코가 석자여서…

하지만 오늘 나는 L목사님에게 감자를 좀 보내주고 싶었다. 노숙자들이 많으니 감자 두 박스는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의사를 문자로 본 L목사님은 기뻐하며 감자를 보내 달라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감자를 신청하기 위해서 국토정중앙교회 Y목사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교회 교인의 아들이 감자 농사를 짓는데 교인의 아들은 교회에 안 나오지만 Y목사님은 적극적으로 농산물을 팔아 주었다.

그래서 나는 영등포에서 노숙자사역을 하시는 목사님이 있는데 반찬 하시라고 감자 두 박스를 보내주고 싶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Y목사님은 “선교사님! 귀한 (노숙자)급식 사역에 사용되는 감자이니 두 박스는 저희교회에서 보내드리겠습니다.”라는 문자가 날아왔다. 나는 “아니 제가 보내려고 하는 것입니다.” 했다.

그런데 Y목사님은 내 말에 양보하지 않고 다음과 같은 말로 응수했다. “참고로 저는 농반 진반으로 선교사분 신세지면 3대가 빌어먹는다는 말을 하는 입장입니다.” 라고 하는 게 아닌가.

나는 그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추억의 저편에서 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오래전 내가 선교지에서 잠시 한국에 들어 왔을 때 서울 신설동에 있는 ‘서울장신’을 방문했을 때였다.

당시 학장님은 이용원학장님 이었다. 학장님에게 은혜를 입은 적도 있어서 나는 점심을 대접해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마침 여름이어서 삼계탕을 사 드리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용원학장님이 나에게 뭐라고 하셨는지 아는가? 후훗……. Y목사님은 선교사에게 얻어먹으면 삼대가 빌어먹는다고 했지만 이건 이 학장님의 발언에 비하면 아주 약과에 속한다.

이용원학장님은 더 엄청난 말을 했던 것이다. 물론 웃으시면서 한말이지만 말이다. “선교사님, 선교사 밥 얻어먹으면 지옥가요.” 하하하… 그때도 나는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매우 재미있는 에피소드 이긴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속에 선교사는 도와주어야만 할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또 그만큼 선교사의 삶은 믿음을 필요로 하는 삶이라는 것이기도 한 것이리라.

아무튼 나는 순순히 Y목사님의 제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번엔 Y목사님 교회의 도움으로 감자를 보내 주고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그땐 내가 또 감자를 보내 주면 되지… 하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아무튼 아름다운 일이 일어난 것이다. 바로 ‘나눔은 나눔을 낳는’ 사건 말이다. C사모님의 감자 한 박스 나눔으로 이번에는 Y목사님의 감자 두 박스 나눔으로 연결되어 졌으니 말이다.

이 더운 장마철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 노숙자들을 식사봉사로 섬기는 L목사님에게는 비록 두 박스의 감자이지만 따뜻한 격려가 될 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여 선한 마음으로 시작한 나눔은 나눔으로 열매를 맺는다.

“주께서 이르시되 지혜 있고 진실한 청지기가 되어 주인에게 그 집 종들을 맡아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누어 줄 자가 누구냐(눅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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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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